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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윤수현, 금준경 기자]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지난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시작에 앞서 선수들이 호국영령과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5·18민주화운동을 향한 왜곡이 우리은행 공인인증센터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5·18 기념재단과 함께 5·18 왜곡을 바로잡고, 진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조명하고, 시민들의 리터러시 향상을 위한 5·18 왜곡대응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2025년 5월18일, 기아타이거즈가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두산베어스에 5대 4로 승리했다. 이용한도 광주 시민들에게 이날 경기는 단순한 홈경기 그 이상이다. 5월18일 광주에 한데 모여 야구 홈경기를 관람하는 건 2000년 이전까진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두환 신군부는 5월18일 광주 시민들이 한데 모이는 것을 우려해 광주 홈경기를 금지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1999년까지 5월18일 광주에선 홈경기가 열리지 못 전세자금대출 서류 했다.



▲1980년 5월 계엄군이 광주에서 시민들을 막아서고 있다. 촬영자=이창성, 사진=5·18기념재단



전두환 물러나자 빛 본 5·18 광주, 진상규명은 아직도 요원

카드제작이처럼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이후 광주를 철저히 고립시켰다. 야구 홈경기뿐 아니라 5·18 추모식도 경찰의 방해로 1981년부터 3년간 열리지 못했다. 계엄군은 1980년 6월 “계엄군은 끝까지 무고한 시민 피해를 염려해 최소한의 자위권 발동도 자제했다”고 발표했고, 이 발표는 조선일보·동아일보 등 지면에 그대로 게재됐다. 신문·방송 외 발급기관명 정보 획득 수단이 없는 시기, 신군부에 의한 5·18민주화운동 역사 왜곡이 자행된 것이다. 특히 전두환 신군부는 1981년 대표적인 용공조작 사건인 '진도 고정간첩단'과 5·18을 연계시키는 등 5·18을 북한과 연관 지었다. 이 시기 “북한 간첩이 제2의 광주사태를 획책했다”는 언론보도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5·18민주화운동은 전두환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서야 빛을 보게 됐다. 계엄군의 만행과 광주 시민이 겪은 참상이 알려진 것도 비교적 최근인 36년 전이다. 1988년 11월 전두환이 물러나고 여소야대 정국이 꾸려지면서 국회에서 광주 민주화운동 진상조사 특별위원회(광주특위)가 구성됐다. 광주특위를 통해 12·12가 군사 반란이며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이 허구라는 점이 확인됐고, 5·18 당시 군의 작전문서가 공개됐다. 광주에서 계엄군의 무력행사로 시민들이 사망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광주특위는 민주화운동을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다. 광주특위 이후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방송도 이어졌다. MBC가 1989년 2월 5·18민주화운동을 최초로 다룬 다큐멘터리 '어머니의 노래'를 제작해 시청률 43%를 기록했으며, 같은 해 3월 KBS가 특집 다큐멘터리 '광주는 말한다'를 방영했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 이후 8년이 지난 시점이었고, 진상규명을 위한 골든타임은 지난 상황이었다. 노태우 정권 아래에서 계엄군 책임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했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긴 어려웠다.
역사학자인 심용환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현재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보편적 인식은 광주특위를 통해 획득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다만 노태우 전 대통령도 연관됐기에 완전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까진 나아가지 않은 문제가 있다. 당시 군부는 집단 발포는 없었고, 혹여 발포가 있었다면 이는 정웅 31사단장 잘못이라고 몰아갔다. 신군부에 미운털 박혀 쫓겨난 정웅 사단장에게 책임을 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주특위를 시작으로 2019년까지 책임자 단죄와 의혹 해결에 초점이 맞춰진 진상규명 시도가 수 차례 있었다. 검찰은 1994년 전두환·노태우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으나 1995년 공소권 없음·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후 검찰은 1995년 12월 '5·18특별법과 공소시효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재수사를 시작해 전두환 등 관련자 8명을 기소했으며 1997년 전두환은 무기징역, 노태우는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국방부는 2007년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를 가동해 전두환 등 정치군인들의 정권 장악 욕망에 5·18민주화운동이 발생했다고 인정했으며, 2017년 '헬기 기총소사 및 전투기 출격 대기 관련 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해 헬기 사격 가능성을 인정했다. 2018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있다는 증언이 나오자 국가인권위원회·여성가족부·국방부가 공동조사단을 발족해 진상을 밝혀내기도 했다. 하지만 5·18에 대한 역사 왜곡은 끊이지 않았다. 지만원 등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북한군 개입설은 유포됐고, 채널A·TV조선 등에서도 북한군 개입설이 방송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남 해남 지역에서 신원미상 유골을 발굴 중인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사진=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5·18 진상조사위, 공과 뚜렷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 왜곡을 종식시키기 위해 국회는 2018년 2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했고, 2019년 12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가 출범했다. 5·18민주화운동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최초의 범정부 진상조사위였다. 진상조사위는 조사관을 별도로 채용하고 각 부처에서 인력을 파견받았다. 국회의장과 교섭단체가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 9명을 포함해 총 112명의 조직이 꾸려졌다.
진상조사위는 2023년 12월 공식 활동을 종료했고, 많은 성과를 남겼다. 우선 집계 주체마다 차이가 있는 사망자(166명)·실종자(179명)·부상자(2617명) 숫자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파악했다. 진상조사위는 5월18일 사망자 다수가 계엄군 총 M16을 맞고 사망했음에도 시민군이 무장한 카빈총에 맞은 것으로 왜곡됐다는 점도 짚어냈다.
계엄군의 헬기 사격 실체를 밝혀낸 것도 성과다. 헬기 사격은 계엄군의 광주 시민 학살에 대한 결정적 증거다. 진상조사위는 헬기 조종사·정비사 등 인터뷰를 통해 당시 사격 지시 명령이 내려졌으며, 1980년 5월21일 광주천 사직공원 일대에서 500MD 헬기의 위협사격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또 조선대학교 인근에서 20mm 헬기용 탄두를 발견해 AH-1J 코브라 헬기의 사격 가능성을 발견했다.
진상조사위는 지만원씨 등이 제기한 북한군 개입설이 터무니없는 음모론이라는 것도 재확인했다. 지만원씨가 북한 특수군으로 지목한 '1호 광수'가 광주에 거주하는 차복환씨라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북한특수군의 전남도청 다이너마이트 설치 △북한특수군의 교도소 습격 △북한의 5·18 기념행사 개최 등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했다. 이밖에도 민주화운동 당시 현장에서 사망한 무명 열사 3명의 신원도 확인했다.
하지만 5·18 진상규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발포 경위와 책임소재를 파악하지 못했으며, 행방불명자 암매장지 소재와 유해 발굴·수습을 진행하지 못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진상조사위는 암매장 추정지 21곳을 발굴 조사해 유해 9기를 발굴했지만 행방불명자 유전자와 일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광주시의회 등 광주 지역사회에선 진상조사위에 대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1980년 5월 시민군 모습. 촬영자=이창성, 사진=5·18기념재단



“지금 이 순간에도 죽어가는 계엄군, 재조사 필요”

진상조사위가 막을 내렸지만, 진상은 규명되지 않았다. 송선태 전 진상조사위원장은 “진실을 알고 있는 계엄군은 지금 이 순간에도 늙고, 죽어가고 있다. 계엄군 최고위층은 지금도 발포 명령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데, 진상조사는 멈춰 있다”며 “발포 명령자나 암매장 의혹 등 진상조사위에서 밝혀내지 못한 사건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에 대한 종합적인 국가보고서가 나왔다는 점은 의미가 있으나 발포 책임자나 암매장지, 행방불명자 소재 등은 밝혀내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행방불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진상조사가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자료 공개가 시급하다. 현재 5·18 진상조사위 관련 자료는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국가기록원에 묶여 있다. 진상조사위는 조사 단계에서 A4용지 284만 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생산했으나, 진상조사위 활동이 끝난 뒤 이 자료는 모두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됐다. 박 이사는 “후속 연구를 위해선 자료 확보가 시급한데, 5·18과 관련된 주요 자료는 국가기록원에 넘어가 있다”며 “진상규명이 벽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이다. 5·18 관련 자료 이관에 대한 법이 발의됐지만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정당이 조사위원 추천권을 갖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5·18 진상규명법에 따르면 교섭단체와 국회의장이 위원을 추천한다. 진상조사위 구성 당시 자유한국당 내부에선 지만원씨를 조사위원으로 선정하는 방안이 논의돼 논란이 됐다.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조사위원으로 선정된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는 광주 민주화운동을 꾸준히 '광주사태'로 칭해왔으며, 차기환 위원은 2012년 자신의 SNS에 북한군의 광주 남파설을 주장하는 인터넷 기사 링크를 올리는 등 5·18과 관련해 왜곡된 인식을 보여왔다. 송 전 위원장은 “정당이 추천권을 나눠 갖게 되니 이념·진영 대립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는 별도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위원을 선정해야 한다”고 했다.
진상규명뿐 아니라 악의적 역사 왜곡에 대한 처벌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진상조사위에서 북한군 개입설 진상규명을 담당한 조사관 A씨는 “북한군 개입설이 왜 허위인지에 대한 국가기관의 조사결과가 나왔다는 의미는 있지만, 아무리 합리적인 진상규명 결과를 내놔도 안 믿는 사람들은 끝까지 믿지 않는다”며 “특히 지만원씨 등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악의적 목적을 가지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인데, 이런 경우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